면세점의 큰손
과도한 채무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달 중순 중국을 국빈 방문해 시진핑과 정상회담을 한다. 시진핑은 한국의 대통령을 환대할 것이다. 그리고 '핵심 국가이익'으로 규정한 사드 문제를 유리한 쪽으로 대못을 박으려 할 것이다. 아차 하는 순간 한·미 관계는 나락으로 떨어진다. 어떻게 할 것인가.
시진핑의 꿈은 무엇인가. 그의 1기 집권 시기에 일부 중국 학자는 조용히 신천하주의 연구를 시작했다. 중국의 전통적 천하주의는 중화(中華)를 정점으로 한 수직적 조공관계였다. 그러나 시진핑의 생각은 중화사상보다 더 진보적, 외부지향적이고 스케일이 크다. 시진핑의 일대일로에는 유라시아 대륙을 넘어 멀리 아프리카 대륙에까지 뻗어간다.
말과 속마음이 다를 때 혹은 어떤 언술이 현실과 차이 날 때마다 버저가 울리는 TV 속의 거짓말탐지기처럼 한반도 현실을 둘러싼 진실게임이 지난 열흘간 계속 진행되었다. 사드 배치를 둘러싼 한미 간의 암묵적 타협은 한중정상회담을 통해 버저가 울렸고, 이른바 '한국 운전석론'은 G20에서 적절한 대북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면서 냉엄한 국제 현실의 벽에 봉착했다. 그 모든 것을 떠나 새 정부에 기대한 관여와 대화로의 물길 트기는 북한의 ICBM 시험발사로 당장의 가시권에서는 멀어지고 있다.
사드 보복이 중국에도 큰 손해라는 건 이미 중국 내부에서도 많은 지적이 있었다. 실제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중국 내부에서 사드 반대가 별 설득력도 없고 중국 국익에도 해가 크다는 지적이 잇따라 나오며 중국이 사드 이슈 출구전략 수순을 밝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강하게 제기되었다. 본인들 국익에도 해가 되고 사드 탈출 전략을 자연스럽게 펼 수 있는 한국의 새 정부가 들어온 상황임에도 중국이 상식 밖으로 사드 보복을 지속하고 심지어 강화하고 있는 건 결국 이게 최고지도자 위신 문제였겠구나 하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들게 한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와의 회담에서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군사적으로 해결하지 않는다, 북한 문제 해결의 주도권을 한국이 쥔다는 동의를 받아냈다. 김정은이 참관한 가운데 실시된 화성-14형의 발사는 문재인-트럼프 합의를 뿌리째 흔든다. 문 대통령은 워싱턴에서 어렵사리 대북 선제·예방 타격론과 김정은 체제 붕괴론을 잠재웠다. 김정은의 도발은 워싱턴의 분위기를 180도 바꿀 것이다. 북한에 억류됐다 귀국한 대학생의 죽음에 부글부글 끓는 미국이다. 북한 선제타격론과 붕괴론이 다시 대두돼도 놀랄 일은 아니다.
위장전입 시비는 국회 인사청문회에 맡기고 강 후보자가 오늘의 한국 외교를 감당할 능력이 있는가를 가려 봐야 한다. 피우진 보훈처장처럼 강 후보자도 여성으로서 상징성이 높다. 지금 독일·프랑스·일본의 국방장관이 여성이다. 미국은 두 명의 뛰어난 국무장관을 배출했다. 그러나 한국 같은 나라의 외교는 상징성으로 되지 않는다. 미국·독일·프랑스·일본과 달리 한국은 실존적 안보 위협을 받는 나라다. 강경화 후보자는 유능한 유엔 외교관이었다. 그러나 그에게 고도의 외교 전략과 상상력과 추진력과 철벽도 뚫고 나갈 돌파력이 있는가는 의문이다. 특히 그에게 4강 외교의 경험이 없는 것이 최대의 약점이다. 국내 경험이 일천한 것도 흠이다. 오늘 한국의 외교부 장관은 부총리로 격상해도 손색이 없을 인물이어야 한다.